[2000년 3월, ‘성벽 밴드의 정모 사건’]

[2000년 3월, ‘성벽 밴드의 정모 사건’]

[2000년 3월, ‘성벽 밴드의 정모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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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3월, 팝리니지에 다소 황당한 제목의 글이 하나 올라왔다.
“성벽 위에서 연주회 엽니다. 악기 대신 망치 가져오세요.”
많은 유저들은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클릭했지만, 이내 한참을 웃게 되었다.

글쓴이는 매일 밤 성벽 위에 모여, 특정 무기 소리를 리듬 삼아 ‘연주’를 즐기는 유저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소개했다. 흔히 ‘성벽 밴드’라 불리던 이 집단은 실제로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만나 다양한 소리로 소통하고 있었다.

그들은 타격음, 주문 이펙트, 장비 착용음을 이용해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냈고, 이를 반복하면서 묘한 리듬감을 만들어냈다.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되는 이 퍼포먼스는 순식간에 화제가 되었고, 팝리니지에서는 “이번엔 어떤 곡이었나요?”, “오늘은 재즈 느낌이네요” 같은 반응이 쏟아졌다.

어느 날, 성벽 밴드는 공개적인 정모를 열기로 결정했다. 팝리니지 메인 게시판에 공지된 정모는 ‘장비 착용 소리 중심의 소나타’를 테마로 진행되었고, 참여 조건은 단 하나 — 리듬을 존중할 것.

정해진 시간, 놀랍게도 수십 명의 유저가 성벽 위에 모였다. 이들은 각자 준비한 소리를 서로 엇갈리게 내며 무언의 협연을 시작했다. 주변에 구경하러 온 유저들은 그 장면을 마치 축제처럼 즐겼고, 몇몇은 스크린샷을 찍어 팝리니지에 올리며 찬사를 보냈다.

한 유저는 이렇게 말했다. “장비 소리로 이렇게 감동받을 줄 몰랐어요.”
성벽 밴드의 퍼포먼스는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유저들 사이의 공감과 창의력이 만들어낸 문화 현상이었다. 그날 이후, 유사한 ‘소리 정모’가 다른 성에서도 이어졌고, ‘동굴 리듬회’, ‘숲의 북소리 축제’ 같은 이벤트로 확장되었다.

팝리니지는 이런 새로운 현상을 빠르게 소개하고, 유저 간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이어주는 창구 역할을 했다. “오늘 성벽 밴드 다시 하나요?”, “신입 받아요?” 같은 글이 매일같이 올라오며, 이 문화는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성벽 밴드의 창립 멤버 중 한 명은 팝리니지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우리는 싸우기 위해 모이지 않았습니다. 단지, 함께 울리고 싶었을 뿐이죠.”
이 말은 많은 이들의 가슴에 남았고, 지금도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결국 2000년 3월의 그 정모는 리니지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순간 중 하나로 기억되며, 유저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그리고 그 모든 기억은… 늘 그랬듯, 팝리니지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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